언제부터인가 독서는 막 깨어나자 마자 한입 베어 문 고구마 한덩어리처럼 넘기기 부담스럽게 느껴졌다.
지면 위 글자들은 막 돌팔매질에 파문이 생긴 호수에 비친 듯 눈을 어지럽히고, 기계적으로 읽어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다시 시작한 그 자리에 시선이 지나고 있었다.
그동안 책을 게을리 했던 때문이겠지만, 이건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?
그러나, 앞으로 세상을 외면할 용기가 없을바에야 다시 읽기를 시작하지 않으면 안될듯...
더욱이 내 게으름 속 어제가 사랑하는 아이에게도 영향을 주었을 터,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어제를 껌씹듯 물고 있지 않고, 다시 독서 그 즐거운 맛에 빠져보도록 한다.
먼저 무슨 책을 맛볼까?
간장 종지보다 작은 접시에 마치 궁중잔치 보다 더 많은 메뉴에 선뜻 젓가락을 가지고 가지 못하듯 도서관 안을 계속 서성여 보았다.
결국 영어책 한권, 그리고 내년 중학교에 진학을 앞둔 아들 녀석 수학공부에 도움될까 아주 무미건조한 중학수학공부법...
정말 어이없는 첫 접시지만, 일단 빨리 먹어치우고 다음 접시를 채워야지...
뭔가 읽고 씹어 음미하다보면 조금씩 독서 미각이 살아날 것이고, 점차 맛있는 독서를 즐길 수 있게 되리라...
욕심이라면 패스트푸드나 각종 조미료와 향료에 범벅된 혀 끝만 만족시키는 그런 책보다는 꼭꼭 씹을수록 입안 가득 퍼지는 향과 고인 침으로 내 몸속 전체에 소화되어 아기 주먹보다 작은 내면을 살찌울 수 있는 웰빙 독서를 희망한다.^_^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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